- 어떤 사람의 전문성은 생각을 나타내는 순간 드러나게 되고 방안의 모두가 느낄 수 있다. 그 나타냄은 소리를 통한 말이 될 수도 있고, 시각을 이용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말은 즉시성과 함께 휘발성을 가지며, 따라서 시각 수단에 비해 좀 더 시간 흐름, 즉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 시간의 흐름을 가지는 서술형 글은, 도입부터 결말까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느냐, 즉 문장과 문장 사이 인과율이 타당한가와, 그 시간의 흐름 속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점차 선명해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달하려는 메시지theme를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발표자료PPT, keynote도 시간의 흐름을 가지지만, 이보다는 시각 정보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판서를 하지 않는 이상, 시각 정보라는 특성 때문에 많은 정보가 한 번에 제공되는데, 이때 가장 뇌가 즉각적으로 인지하는 것은, 발표자의 기대와 달리 이상값outlier, anomaly이다. 그래서 자료에 오타나 비문이 있다면, 그 즉시 발표에 대한 기대와 집중도가 떨어지게 된다. 입구에서 거절당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글은 적게 쓸수록 좋다. 영어: Strunk Jr, William, and E. B. White. "The Elements of Style," 1918, 1999.
- 발표자와 청중은 발표자료를 각자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발표자는 발표자료를 길을 잃지 않을 용도로 대한다. 자료를 만들 때나 발표할 때나 모두 모니터를 통해 본 다. 그리고 어디를 봐야 할지 잘 안다. 반면, 청중은 앞자리에 앉은 이부터 뒷자리에 앉은 이가 다르며,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지 발표자가 힌트를 명확하게 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 따라서 발표자는 언제나 청중이 지금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모든 문장에 애니메이션을 적용하든지,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하든지,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판서를 하든지, 전달하는 내용에 따라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발표자료 없이 판서만 하는 것이 훨씬 집중도가 좋다. 지금 펜이 위치한 곳이 청중이 봐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 (전문성을 위한 세세함과 집중을 위한 요약 사이의 균형) 발표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발표자료에서 과감하게 잘라내는 것이 원칙이다. 청중의 정보 소화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발표는 음성과 발표자 그리고 발표자료로 정보가 분산되기 때문에, 더 집중이 어렵다. 발표자료에서 정보를 줄일수록 발표자의 음성과 이야기 흐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 위 원칙에 따라 각 페이지의 2줄에서 4줄의 문장도 한 줄로 요약을 한다. 그림도 불필요한 색을 모두 제외하고, 뒷사람을 위해 큰 글씨와 굵은 선, 단순한 도형을 사용하며, 미적으로는 멋지지만 주제와 별 상관이 없는 그림은 포함하지 않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림은 더 쉽게 더 간단히 더 많은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을 정도로 고민한 후 새로 그리는 것이 원칙이다.
- 발표자료는 그 자체로 화폭canvas의 속성을 가진다. 어떤 구도로 자료와 도형을 배치하여야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공학에서는 별도 훈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다른 연구자들의 발표를 끊임없이 벤치마킹하고, 영상미가 좋은 영화나 명화, 사진, 만화와 같은 그림에 노출되도록 한다. 사진을 배우거나 스케치를 배우는 것은 조화의 감각을 익히는데 좋은 방법이다.
- 발표자료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발표자료가 엉망이라면, 생각도 뒤죽박죽이라는 것이다. 생각의 정리와 표현에 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Beamer와 같은 Latex로 만들기를 권한다.
- 발표자료는 수단일 뿐, 근본적으로는 발표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주어진 10~30분 안에 드러내 는 것이 목적이다. 발표자의 전문성과 카리스마는 이 발표장 안에서 이 주제에 대해서는 가장 많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에서 비롯된다.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 나와도 직접 해 봤기 때문에 설명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기본이다. 이 정도라면, 발표자료가 따로 없어도 된다.
Last Updated: Jun 10,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