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익숙한 것에 지겨움을 느끼도록 타고났고, 그것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히나 기존에 정립된 질서에 따르기 싫은, 뭔가 나만의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동기creative desire 를 가진 사람들이 보통 대학원에 진학하게 됩니다.

자신만의 새로움을 얻고 추진하는 방법은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직접 경험입니다.

젊은 시절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많고 다양한 경험입니다. 이것저것 보고 듣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숨이 벅찰 정도의 몰입과 집중한 경험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번 몸으로 고생하며 얻은 경험을 하고 나면, 작은 힌트로부터도 많은 것을 복원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엔지니어라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몰입한 구현 경험,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한 경험 등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십 대 초반, 비글호 항해에 참여해 5년간 세계 일주를 한 다윈은, 귀국한 후 런던 근교에 뿌리를 내리고 일생을 그곳에서 벗어나지 않고 생활하며, 위대한 저작을 왕성히 만들어 냈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의 5년이라는 시간적 특징이 어떤 최적점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라는 것 역시, 물리적으로 한정된 자원이라 원한다고 모두가 괜찮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돌아보면, 기회란 그것을 제일 잘할 것 같은 사람에게 돌아가게 되기 때문에, 속한 그룹 내에서 뭐 하나라도 제일 잘하지 않으면, 좀처럼 고생할 기회를 잡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익숙한 대부분의 것들은 이미 이전 세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이들이 1등을 하려면, 불안하고 예측도 잘 안 되지만, 결국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유수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곳들 대부분이 한국 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사업을 벌였던 기업들입니다.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죽지 않을 만큼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을 기울였고, 한참 후에 뒤를 돌아보았을 때, 멀찌감치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포지션이 겹치지 않으면서 속한 그룹 내에서 작은 것 하나라도 1등을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바랍니다. 그러면 남들이 경험하지 못할 기회가 주어지게 되고 점차 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며 이 순환의 바퀴에 점차 가속이 붙게 됩니다. 이게 나를 두드러지게 하고 경력을 만들어 줍니다.

직접 경험이 좋기는 하나, 체력이 받쳐주고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특정 시기가 있으며 개인에게 주어진 시공간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험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도 필요합니다.

둘째는 간접경험입니다.

즉, 나와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입니다. 나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교류하면서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얻었던 경험이 몇 번씩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다양성이 자칫 무질서를 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성을 온전히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하는데, 본인이 문제의 주인이라는 자율, 주체성이 선행되어 있어야 하며, 이것은 직접 경험이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간접 경험만 쌓아서는 깊이가 없는 그저 귀 얇은 사람이 될 뿐입니다.

셋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접, 간접 경험의 조합입니다.

면역체계라는 것이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것을 찾아내는 메커니즘인데,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코드인 DNA 몇 가지를 무작위로 조합해, 수많은 무작위 단백질을 만들어 낸 후, 원래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제외시켜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남은 것이 내가 갖지 않은 것이 됩니다. 나 자신으로부터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본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