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문의 시작은 당면한 문제를 가진 정부나 기업의 절실한 수요로 시작된다. 그래서 한 분야를 탄생시킨 씨앗 논문들seed papers은 철저히 현실의 문제에서 기초한다. 씨앗 논문을 읽으면, 왜 그 연구를 시작했는지 현실에 기초하여 설명되어 있으며, 그래서 읽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 예를 들어, 현재의 통계학은 연구나 교육에서 모두 수학적이고 추상적으로 접근하지만, 원래는 농업, 인구, 보건, 제약 등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푸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들 논문 위에서 빈 곳을 찾아 메우는 식의 개념적인 연구가 다수를 이루게 된다.
- 중요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현실 수요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실의 관심사 그리고 개인의 관심사 겹치는 부분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는 한정된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목표는 팀원 모두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야 한다.
- 프로젝트란 대부분 누구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최소한 본인은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다. 부족한 지식, 부족한 시간, 부족한 예산, 부족한 팀원, 팀원 간의 불화, 납기지연, 건강이상 등 복잡하고 통제가 안 되는 여러 문제들을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 프로젝트 다수는 잘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 많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보통의 능력과 집중 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없다거나 우리 분야에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이들은 타인의 문헌과 인터넷만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문제투성이다.
- 처음 해보는, 여러 사람이 얽힌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찾기란 어렵다. 어려운 문제가 어려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경우는 연구실의 문화와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본인의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최대한 공유하면서 팀원들의 도움을 받고 주며 해결해 간다.
-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들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나쁜 녀석, 즉 악당이 된다. 부족한 자원과 지정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들 악당을 보통 임 시방편rule-based으로 막아 놓게 된다. 그리고 그 방편에 안 적힌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 이 악당들을 좀 더 일반적인 방법, 일반적인 원칙general principles으로 무찌를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것이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이다. 일반적으로 푼다는 것은, 문제를 수학으로 기술problem formulation할 수 있고, 그 해결을 컴퓨터에게 시킬 수 있도록 알고리즘solving approach화 하는 것을 말한다.
- 무찔러야 할 악당을 정하면, 그 악당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6년에서 7년이 걸리고 참고 문헌이 100여 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악당의 세부details까지 알게 될 때까지 조사하고 실험한다.
-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처음에는 이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 한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것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해보고 더 듣고 싶어 하거나, 또 더하고 싶은 내용으로 살을 붙인다. 이렇게 수차례 구전口傳이 되지 않으면 좀처럼 두툼한 글을 쓰기 어렵다.
-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기존에 읽었던 논문도 새롭게 보이고, 새로 읽는 논문에서도 습득하는 정보의 양도 훨씬 많아진다. 이 선순환 바퀴가 관성을 가지고 돌기 위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 뒤 쓸 수도 있고, 일단 쓰기 시작한 뒤에 부족한 부분을 매울 수도 있다.
- 이런 이유로 첫 논문은 빨리 쓰기를 권하며, 초기에 여러 차례 게재 거절publication rejection을 받는 것에서 크게 배우게 된다. 당연히 원고는 충실한 검토의견reviews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내야 한다.
Last Updated: Aug 2,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