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의 시작은 당면한 문제를 가진 정부나 기업의 절실한 수요로 시작된다. 그래서 한 분야를 탄생시킨 씨앗 논문들seed papers은 철저히 현실의 문제에서 기초한다. 씨앗 논문을 읽으면, 왜 그 연구를 시작했는지 현실에 기초하여 설명되어 있으며, 그래서 읽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2. 예를 들어, 현재의 통계학은 연구나 교육에서 모두 수학적이고 추상적으로 접근하지만, 원래는 농업, 인구, 보건, 제약 등의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푸는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이들 논문 위에서 빈 곳을 찾아 메우는 식의 개념적인 연구가 다수를 이루게 된다.
  3. 중요한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현실 수요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실의 관심사 그리고 개인의 관심사 겹치는 부분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프로젝트는 한정된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목표는 팀원 모두가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야 한다.
  4. 프로젝트란 대부분 누구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최소한 본인은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수많은 문제가 터져 나오게 된다. 부족한 지식, 부족한 시간, 부족한 예산, 부족한 팀원, 팀원 간의 불화, 납기지연, 건강이상 등 복잡하고 통제가 안 되는 여러 문제들을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
  5. 프로젝트 다수는 잘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 많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보통의 능력과 집중 력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가 없다거나 우리 분야에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이들은 타인의 문헌과 인터넷만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은 문제투성이다.
  6. 처음 해보는, 여러 사람이 얽힌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찾기란 어렵다. 어려운 문제가 어려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경우는 연구실의 문화와 원칙에 입각해서 결정하고 풀어나가야 한다. 본인의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최대한 공유하면서 팀원들의 도움을 받고 주며 해결해 간다.
  7.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들이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나쁜 녀석, 즉 악당이 된다. 부족한 자원과 지정된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이들 악당을 보통 임 시방편rule-based으로 막아 놓게 된다. 그리고 그 방편에 안 적힌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8. 이 악당들을 좀 더 일반적인 방법, 일반적인 원칙general principles으로 무찌를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것이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이다. 일반적으로 푼다는 것은, 문제를 수학으로 기술problem formulation할 수 있고, 그 해결을 컴퓨터에게 시킬 수 있도록 알고리즘solving approach화 하는 것을 말한다.
  9. 무찔러야 할 악당을 정하면, 그 악당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때까지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6년에서 7년이 걸리고 참고 문헌이 100여 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악당의 세부details까지 알게 될 때까지 조사하고 실험한다.
  10.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처음에는 이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 한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것을 동료들에게 이야기해보고 더 듣고 싶어 하거나, 또 더하고 싶은 내용으로 살을 붙인다. 이렇게 수차례 구전口傳이 되지 않으면 좀처럼 두툼한 글을 쓰기 어렵다.
  11.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기존에 읽었던 논문도 새롭게 보이고, 새로 읽는 논문에서도 습득하는 정보의 양도 훨씬 많아진다. 이 선순환 바퀴가 관성을 가지고 돌기 위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은 뒤 쓸 수도 있고, 일단 쓰기 시작한 뒤에 부족한 부분을 매울 수도 있다.
  12. 이런 이유로 첫 논문은 빨리 쓰기를 권하며, 초기에 여러 차례 게재 거절publication rejection을 받는 것에서 크게 배우게 된다. 당연히 원고는 충실한 검토의견reviews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내야 한다.

Last Updated: Aug 2, 2020